어느날에 노인네는 무명녀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저물어가는 2014년도 12월30일........
이날도 바람쐬러 나간 노인네는
점심시간이 다되어가는데도 돌아오지를 않는다.
걱정스런 마음에 아들보고 나가서 찾아오라고 보내보지만
찾을수가 없는 노인네......
또 어디에서 서성이고있는것인지
정처없는 발길을 어느방향으로 옮기고 있는것인지
찾는 사람은 애가 타들어 가기만하고
식후 가족모두가 찾으러 나가보지만 시간만 흘러갈뿐 노인의 종적은 오리무중이다.
두어시경 집1층입구에서 두런거리는 소리가나고
아들로부터 전화가온다.
할머니가 동아대병원 읍급실에 계시다고 방금경찰들이와서
사진을 보여주며 확인을 해주고갔단다.
아들과둘이 병원응급실로 급히 갔다.
이리저리 찾는 시선의 저끝에
낯익은 노인네의 익숙치않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무명녀 74세란 팻말위의 침상에 앉아있는 노인네는 분명 나의모친인데
그간에 당신이 겪었을일이 찰나처럼 오버랩되면서 마음이 먹먹해온다.
말도못하는 노인네가 어쩌다가 이곳병원까지 실려오게된것인지
그동안에 겪었을 고초는 또 어떠했을것인지, 어쩌다가 이렇게 된것인지,
신원확인을해서 우리집까지 연락이 닿았다는게 그나마도 천우신조일 따름이다.
이리저리 수소문끝에 이병원에 이송해온 소방관의 말을들어본 결과는
노인네가 길을 걷다가 중심을 못잡고 넘어지면서 모서리에 받쳐서 주저앉아 있는것을
행인이 경찰에 신고하고 또 경찰이 119에 연락해서 병원가지 오게된 것이었다.
길바닥에는 그순간의 흔적이 핏자국으로 고스란히 남아있었고
노인네의 몰골은 차마 눈을뜨고 마주볼수없을 지경이었다.
위턱뼈쪽에 약간의 골절말고는 특별하게 찢어지거나 꼬맬만한 상처는 없다는게 다행이라
더이상의 처치가 필요없는 상태라 안정을 시킬겸 자원퇴원서를 쓰고 집으로 모셨다.
집으로 돌아오고 가족들의 얼굴을 보고난 후에야 입가에 웃음기를 보이는 노인네
며칠이 지난 지금은 얼굴의 부기도 많이 가라앉았고 음식도 죽으로 잘드시지만
모든가족들이 신발도 감추고 말리고 애원을해도 밖으로 나가려고하는 통에
우리가족들은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제는 노인네가 열지못하는 잠금장치를 하나더 달아야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