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장마같은 ......
봄을 재촉하는비가 사흘째 추적거리고있다.
어릴적 고향....
초가지붕을 타고 마당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무한한 상념의 세계로 빠져 들곤하던 시절과 더불어 나의 조모이(祖母)가
아련한 추억의 저편에서 손짓을한다.
나는 어릴적에 부득이한(?)이유로
할머니의 보호를받고 자랐다.
돐무렵 그시절에 횡행했던 소아마비라는 병에 걸려서
한참 걸음마를 해야할 무렵에
앉은자세로 갓배우기 시작한 혀짧은 말로
어른들을 마음아프게 했었다.
이후로 걸음마는 서너살 무렵에야 겨우
흔들리는 몸짓으로 어기적~어기적~발걸음을 옮겼다고......
몸이 약하다보니 병치레를 많이 했었는데
지금으로 치면 볼거리....시골말로 뽈치기를 앓아서
얼굴 왼편이 퉁퉁 부어있었는데
오늘같이 비가 부슬~부슬~거리던 어느날 조모이가 나의 손을 잡으시며
"석아! 조모이 하고 어데좀 가자!~~"
조모이랑 같이 간다는 어린 생각에 마냥 좋기만 해서
군말없이 조모이 손을 꼭잡고 따라 나선길.....
그곳은 동네에 하나뿐인 약방이라는 곳이었다.
보잘것없는 자그마한 바닷가 마을의 약방이란 (60년대)
말이 약방이지 그냥 허름한 집에
약병만 몇개 진열되어있는 정도인데
이약방이 그시절에는 작은 병원역할까지 했었다.
조모이 손에 이끌려 의자에 앉혀진 직후 약방 주인이 나타났는데
한동네에 사는 아는 어른이라 그냥 아무 두려움도 없었는데
부풀어 오른 나의 볼을 쓰다듬어주며
"괜찮다~괜찮다~~" 하시며
볼을 연신 쓰다듬는데 어느순간 뜨뜻~~한 무언가가
내볼을 타고 흘러 내리는 거였다.
손가락 사이에 면도날을 넣고 쭈~~욱 그었는데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고름과 피를 보면서 놀라 자지러지는 나를
조모이는 붙잡으시고 약방주인은 눌러짜니
그야말로 사람잡는 어리버리 수술이었던 것이다.
그때의 흉터 자국이 왼쪽 귀밑으로
길게 나있는데
면도할려고 거을을 볼때마다 생각이 난다. 그일이......
그리고.....
조모이......
할머니가......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