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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끊으셔야 되겠는데요!(수필)

차재석 2016. 6. 29. 18:13

술을 끊으셔야 되겠는데요!

 

청천벽력 같은 의사 선생님의 말에 눈앞이 캄캄해 진다.

어디서부터 뭐가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오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당뇨병을 앓게 된 건 십여 년이 지나가는데 한 달 전 즈음 몇 달마다 주기적으로 하는 당화혈색소검사를 위해서 피를 뽑을 일이 있었는데 이왕에 피를 뽑는 김에 간 기능검사’ ‘콜레스테롤 수치도 알아볼 겸해서 검사를 의뢰 했었다. 그 검사 결과에 간수치가 많이 올라가 있었고 당화혈색소또한 7.5 정도로 많이 올라갔다 한다. 그동안에 특별하게 처방 받지 않고 영양제나 약을 사먹은 적이 없었고 한약을 사먹은 적도 없었는데 어떻게 이런 수치가 나왔는지 궁금해질 즈음 문득 떠오르는 일이 하나 있었다. 집에 조부모님 제사가 있었던 3월말 경에 제사 모시러 오신 큰고모님께서 무릎 아픈 곳에 효험이 좋다고 담근 술이라면서 소루 쟁이술을 한 병 가지고 오셨었는데 이 소루 쟁이라는 약초는 우리 고향에서는 솔구챙이라고도 부르기도 했었던 들이나 밭 근처의 물기가 많고 습한 개천이나 웅덩이 같은 곳에서는 어디에서든 잘 자라는 약간의 독성을 함유한 약초로 한의학 에서는 양제근이라고도 부르는데 그 효능을 알아보면 피부 가려움증’, ‘무좀’,‘습진’,‘원인을 알 수 없는 극심한 가려움증’,‘화농성 피부염’,‘변비’,‘관절염등에 효과가 좋아 뿌리를 말려 갈아서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거나 또는 술을 담아서 마시거나 효소를 만들어서 먹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섭취를 한다고 한다. 소루 쟁이라는 약초는 옛날에는 워낙에 흔하디흔한 잡초와 같아서(물론 지금도 마찬가지 이지만)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고 너무 흔해서 일반 사람들은 약초인지도 모를 정도였다고 한다. 약이 귀했던 옛날에는 약재로 많이 사용했으나 지금은 의학이 발달하여 좋은 약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그 존재조차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새삼스러이 요즈음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서 염증을 없애주고 무릎 아픈 것도 많이 좋아 진다고 어르신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서 저수지 주변이나 강가의 가장자리 같은 곳에는 소루 쟁이를 채취하러 다니는 사람들을 더러 볼 수가 있다고 한다. 팔순을 바라보시는 큰고모님께서도 예외는 아니셔서 살뜰하게 챙겨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친정 장조카의 몸 불편함을 아시고 직접 캐서 뿌리 하나하나를 깨끗이 씻어서 술을 담아서 가져 오셔서 마셔 보라고 권하시는 거였다. 안 그래도 술 좋아하는 장조카에게 술을 아침저녁으로 공복에 한잔씩 마시라고 하시니 이 얼마나 기쁘고 좋아할 일인가! 사실 나는 어릴 적 돌 무렵 걸음마를 배우려고 애를 쓰던 시절(50년대 말)에 유행병처럼 번졌던 소아마비라는 병을 앓아서 그 병의 후유증으로 왼쪽 다리에 마비가 와서 절고 다니며 어린 시절부터 거의 50년을 기우뚱 거리는 걸음걸이로 살아왔다. 그렇게 장애인으로도 특별히 불편함을 못 느끼며 열심히 살아왔는데 40대 후반에 접어들었던 어느 날인가 부터 오른쪽 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별 불편함이 없이 잘 다녔던 집 앞의 작은 계단에서도 넘어져서 무릎을 깨는 일이 자주 일어나곤 했는데 그때만 해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 하는 일이 힘들어 몸이 피곤해서 그러려니 생각하고 동네 병원에 다니면서 물리치료나 잘 받으면 나을 거니 생각 했었던 게 한 달 지나가고 몇 개월이 지나가도 도무지 나을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동네 병원에서 세월만 보낼 뿐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지 진료 의뢰서를 끊어 주면서 2차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2차 병원에서도 정밀하게 검사를 해보자며 ‘MRI 검사‘ ’근전도 검사등 여러 검사를 해보았는데 여기 병원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가 없다면서 또 다시, 진료 의뢰서를 들이 대면서 대학병원으로 그 알 수 없는 병의 병명 찾기를 미루어서 종내에는 대학병원에 까지 가게 되었다. 그렇게 간 그 대학병원에서도 제일 처음에는 나의 병을 후 소아마비 증후군이라는 들어 보지도 못했던 생소한 병이라고 알려 주었다. 후 소아마비 증후군은 원인이 명확하지가 않으나 소아마비를 앓았던 사람이나 다른 유전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병하는데 성인이 된 이후에 신경세포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근육약화로 인해 관절염이나 연골손상 등의 여러 가지 후유증을 동반하는 병이라고 한다. 소아마비를 앓고 난 후 4-50년 정도가 지난 사람들 중에서 어느 날 문득 근육이 약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소아마비로 아팠던 다리가 아닌 반대쪽 다리인 오른쪽 다리에 그 증상이 나타나서 힘들어지는 경우였다. 그 치료 방법으로 제시된 처방이 스테로이드라고 하는 약을 처방받아서 먹는 것이었는데 이 또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치료효과일 뿐 이었고 또, 그 후유증으로 당뇨병까지 걸리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병명을 찾는 일은 지루하게 몇 년에 걸쳐서 진행되었고 최종적으로 나온 병명이 희귀난치성 질환다발성 근육 염으로 결론이 났는데 제일 중요한 사실은 더 이상은 치료가 무의미한 희귀 난치병이라는 것이었다. ‘다발성 근육 염은 전신적인 결합조직 질환으로 근육의 염증과 퇴행성을 반복하고 그 반복의 결과로 전신적으로 쇠약해지고 근육의 위축이 생기는데 나는 엉덩이 부위에서 무릎까지의 부위에 생겼고 그 결과로 엉덩이 부위의 근육이 위축되어 계단이나 내리막길에 보행이 힘들어져 지팡이에 의지해서 걸어야 할 지경이 되었다. 이 질환은 자가 면역반응을 그 원인으로 추측한다 하고 면역체계가 자기 자신의 조직을 공격하는 것이라 한다. 50년 가까이를 지팡이 없이도 불편함을 못 느끼고 살아왔는데 새삼스럽게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신 큰고모님께서 혹시라도 무릎 아픈 것에 효험이라도 있을까봐 마셔 보라고 가져오신 거였다. 그렇게 해서 그 소루 쟁이술을 한 달을 마시고는 당뇨 약 타러가서 해본 피검사에서 간수치가 그렇게나 올라간 것이었다. 이러한 그 간의 전후 사정을 전해들은 의사 선생님이 피검사를 다시해서 그때 결과를 보고 난 이후에 치료여부를 결정하자고 하셨다. 그로부터 며칠 뒤 검사결과를 보러 가기로 한 날, 하필이면 그날따라 약속이 생겨서 병원으로 직접 가보지는 못하고 전화로 여쭤본 결과 그렇게나 염려하고 걱정했었던 간수치가 다행히도 거의 정상으로 돌아와서 치료는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한다. 며칠 동안 노심초사 안절부절 혹시나 내가 그 좋아하고 사랑하는 술을 끊어야 되는 불상사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마음은 일순간에 사르르 녹아내리니 이 얼마나 기쁘고 기쁜 일인가. 그나저나, ‘소루 쟁이술이 몸에 좋다고 그래서 술이나 담아볼까 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3kg정도를 구입을 했는데 막상 구입하고 보니 그 양이 너무 작은 것 같아서 동생을 시켜서 고향 거제도에 가서도 4kg정도를 캐오고 동생의 처가 동네인 경남 고성에 가서 조금 캐오고 해서 10 리터짜리 술 담금 병에 두병이나 담아 놨는데 이제 그 6개월 정도의 숙성기간이 지나고 나면 마셔 보려고 이제나 저제나 하면서 입맛을 다시고 있는 중인데 이걸 마시고 혹시라도 큰 고모님의 염려와 정성이 하늘을 감동시켜서 이 조카의 아픈 다리가 깨끗이 나아서 지팡이 없이도 잘 걸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소루 쟁이술을 마시고 난 이후에 다시 치솟아 올라갈 간수치는 어찌해야 할는지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설사 간수치가 올라간다고 해도 나의 아픈 무릎이 나아서 좋아지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